하드디스크는 큰데, 램이 작다는 것은 건망증과 비슷하다.
분명 내가 가진 것인데도 제때 꺼내 쓰지 못하기 때문.
하드디스크는 작아도, 램이 크다는 것은 일종의 게릴라다.
가진 자원이 부족해도 신출귀몰하며 승리를 낚아채기에.
그래서 남녀의 말다툼은 말더듬이와 아나운서의 싸움이다.
여자의 속사포 공격에 남자는 ㄷㄷㄷ, ㄱㄱㄱ 밖엔 불가능.
그래도 안되면 겨우 한다는게 물건 집어던지기다.
그후에 이어지는 행동은 도망가기와 숨어버리기.
여자의 그 말재주의 원천은 무엇일까.
판단력, 순발력, 기억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금 바로 이 시점에서 내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정밀한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인 느낌으로
한꺼번에 다 파악해버리는 놀라운 판단력.
신산(神算)이라 불렸던 이창호도 울고갈 지경이다.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처리하는 동시일괄처리능력이
멀티태스킹이다. 그것은 유연한 순발력이 없이는 불가능.
재치와 기지의 끝은 어디일까.
게다가 10년도 넘은 과거의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증거와 사례로서 들이댄다.
이 정도 기억력과 정보력을 가졌으니
아무래도 하드디스크 작다고 했던 말은 수정해야 할듯.
남자들이여 뇨자들한테 덤비지 말라. 감히~~~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남자. ㅠ